개도 부당함을 느낀다
오랜 세월 동안 도덕은 인간의 전유물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개와 늑대도 부당함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덕과 공감의 기원
도덕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인간 도덕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도덕은 아직도 과학자와 철학자와 종교가들 사이에서 연구 대상이자 토론의 주제가 된다.
인간에게는 도덕 문제 해결을 돕는 일종의 신경 회로가 있다고 보는 과학적 관점이 있다. 즉 부당함을 느끼는 것이나 공감은 문화적인 것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지니는 본능이라는 것이다.
이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뇌의 그러한 부분을 다치게 되면 공감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공감 능력이 없으면 사회에 흡수가 어렵고 격리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인간이 진화시켜 온 기술로서의 도덕
언어처럼 공감 능력 역시 인간이 진화를 통해 발달시켜온 것이라는 이론이 가장 널리 통용된다. 이유라면 공동체 생활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 인류는 아마 무리를 이루어야 더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으리란 것을 깨달았을 테고, 거기서부터 공동체 생활에서 좋고 나쁘다고 여겨지는 기본 규칙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공동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무리에서 쫓겨날 테고 쫓겨난 사람은 혼자 살아남기가 어려웠으리라.
시간이 흐르며 인류와 사회가 성장했고 도덕 관념도 많이 변해왔다. 따라서우리는 이전 인류와 사회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인원의 공감 능력
개가 느끼는 부당함을 연구하기 전에 과학자들은 먼저 인간의 진화 능력이 유인원과도 관계가 있으리라고 여겼다. 유인원의 뛰어난 학습 능력과 복잡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모습이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의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졌다. 실험의 목적은 부당한 상황 앞에서 원숭이들이 반응하고 공감 능력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결과는 기대보다 놀라웠다. 원숭이들은 그것이 자기 동족을 해치는 일이라면 먹이 먹기를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행동은 일절 거부하기도 했다.
이 실험의 결과는 원숭이도 인간처럼 평등과 불평등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부당함을 마주하면 쉽게 알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본래 있던 도덕 관념에 관한 이론에 혁명을 불러일으키며 다른 동물들의 도덕 능력을 연구하는 길을 터주었다.
개와 늑대가 느끼는 부당함에 관한 최근 연구
유인원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성공하자 과학자들은 그때까지 “열등하다고” 여겨졌던 다른 포유동물들에게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는 개들이 포유동물과 인간을 향해 공감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이미 밝혀낸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 적응 능력에 기인할 텐데, 인간과 다른 동물이 공존해 온 역사를 설명하는 결과이다.
그런데 비엔나 대학교 연구진들은 개와 늑대가 느끼는 부당함이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혀냈다. 그렇다면 갯과 동물의 이런 도덕 관념이 길들여지기 이전의 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실험은 특정 명령을 들으면 버튼을 누르도록 미리 훈련받은 개와 늑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동물들은 명령이 자기들이나 동료들에게 부당하다고 느끼면 버튼 누르기를 거부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개와 늑대들은 다른 동료보다 보상을 적게 받거나, 다른 동료는 받는데 자기는 안 받는 경우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개와 늑대들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면 실험을 지속하기를 거부했다.
개가 느끼는 부당함과 사회적 위계질서
같은 실험에서 또 두드려졌던 것은 개와 늑대 무리에 존재하는 사회적 위계질서였다.
알파 동물, 즉 무리의 우두머리들은 자기 보상이 더 적을 경우 더 참을성 없는 반응을 보였다.
늑대가 길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도 불공평한 상황 앞에서 개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개가 느끼는 부당함이 길듦의 결과라는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