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편지 - 저를 버려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요
반려견을 버리는 파렴치한 악행이 여전히 자행되어 유기견 숫자는 줄어들기는커녕 매일 손쓸 수 없이 늘어나는 추세다. 유기견 문제는 항상 일말의 양심도 없이 개를 버리는 사람들과 유기견의 사연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의 관점으로만 이야기됐다. 그런데 버려진 반려견의 생각은 어떨까? 가족이라고 믿었던 보호자에게 버림받은 반려견의 편지 내용을 이 글에 담아봤다.
버려진 반려견의 입장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유기견의 일인칭 시점으로 편지를 읽도록 하겠다. 버려진 후에도 변함없이 보호자를 사랑하는 반려견의 마음을 느끼기 바란다.
반려견의 편지: 저를 버렸지만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감사해요
저는 이 집에서 늘 첫 번째로 일어난답니다. 날이 밝았는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잠이 더 안 오는걸요. 엄마 아빠가 일어나시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앗, 문이 열렸어요! 엄마 아빠가 벌써 옷을 갈아입다니 산책하러 가려는 걸까요?
여행 가방을 드셨는데 또 어디를 가시나 봐요. 아니다, 제 목줄도 들고 계세요! 산책하러 가는 거예요. 신나서 더 높이 펄쩍펄쩍 뛰었어요. 산책시켜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엄마 아빠가 알았으면 하는데요. 아빠랑 하는 아침 산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에요. 우리가 한 산책 하나하나 전부 다 기억나요.
엄마는 이제 차에 여행 가방들을 싣고 있어요. 산책이 아니라 휴가를 가는 걸까요? 또 끔찍한 애견 호텔에 저를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잘 대해주지 않는 호텔 말고 엄마 아빠를 따라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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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를 도와서 가방들을 싣고 있어요. 그리고… 잠깐! 저도 자동차에 태워주셨어요. 좋았어! 저도 휴가를 가나 봐요! 가족들이 저를 이렇게 사랑해주다니 너무 고마워요. 휴가 갈 때조차도 저랑 떨어지기가 싫은 거지요.
갑자기 차가 멈춰요. 쉬가 마려웠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저는 내려서 쉬야를 해요. 엄마가 저를 쓰다듬어 주고 아빠가 공을 던지네요. 여행길에서까지 저랑 놀아줄 생각을 하다니! 이렇게 큰 사랑에 어떻게 보답하죠?
저는 온 힘을 다해 공을 가지러 달려가요. 제 기록을 깨서 엄마 아빠가 저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요. 공을 물고 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차가, 차가 어딨죠? 저는 절망적으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저 멀리 가는 차를 보려고 절망적으로 뛰어요… 엄마, 아빠, 어디 갔어요?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은 죽어도 변하지 않아요
풀이 죽은 저는 어리둥절했어요(어쩌면 제가 여기 있다는 걸 깜빡해서 저를 찾으러 돌아올지도 몰라요). 겁먹은 채 발걸음을 떼요. 도로에는 차들만 쌩쌩 무섭게 지나가는데 엄마 아빠는 어딨죠? 엄마 아빠가 필요한데!
계속 걷다가 어느 마을에 도착했어요. 아이들이 다가오더니 제 털이 좋은지 쓰다듬어줬어요. 아주머니 한 분이 저를 떠돌이 개 취급하면서 먹이를 던져주네요. 저는 이제 떠돌이 개가 된 건가요? 정말 한참을 걸었더니 몸이 좀 더러워진 것도 같고 배도 정말 고팠어요. 먹을 거를 던져준 아주머니께 감사해요.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저를 쫓아와요. 낯선 사람이니 도망가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제 위로 뭘 졌어요. 무슨 망에 걸렸는지 더 이상 뛸 수가 없어요. 아저씨가 타는 저를 차에 태웠는데 이 차는 엄마 아빠 차처럼 따뜻하고 부드럽지 않아요. 그래도 어쩌면…이 아저씨가 저를 집에 데려다줄지 몰라요. 엄마 아빠랑 아는 사람일까요?
무서운 아저씨 차에서 내린 여기는 엄마 아빠가 올 곳 같지 않아요. 철제 우리랑 차갑고 번쩍이는 테이블로 가득해요. 저 우리 속에 집어넣지 마요! 저기 갇히면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고 물도 먹기 힘들어요. 산책은 언제 갈 수 있어요?
저는 곧 여기서 못 나간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마 아빠는 올 리 없고 여기 아저씨는 저를 산책시켜주지 않을 거란 걸요. 가끔 제 우리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힘내라고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하지만 믿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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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편지: 저를 버렸지만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하루는 어떤 아저씨들이 저를 우리에서 꺼냈어요. 그때까지도 혹시 우리 엄마 아빠를 찾았거나 엄마 아빠가 돌아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는 차갑고 번쩍이는 테이블에서 검사를 받았어요.
오늘은 주사를 맞나 봐요. 아주 커요. 어차피 도망가지 못하니까 가만히 있을래요. 엄마 아빠를 따라가서 맞았던 주사는 약간 따끔하고 금세 아프지 않았는데 이 주사는 맞으니까 아프면서 잠이 와요…어지러워서 눕는 게 좋겠어요.
그랬네요.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니 엄마 아빠가 저를 버렸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조금 늙어서 버렸나 봐요. 저랑 닮은 어린 친구가 집에 있는 게 보여요. 그래도 엄마 아빠를 원망하지 않아요. 엄마 아빠 곁에서 저는 항상 행복한 개였거든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제가 만약 다시 태어나서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는 또 엄마 아빠를 선택할래요. 저는 언제나 엄마 아빠를 사랑할 거예요. 저는 그런 개니까요.
왜냐하면 엄마 아빠를 향한 제 사랑은 죽어도 변치 않아요. 저를 버렸지만 제 사랑은 변함없어요.